6월 결산.

 

1. 루시퍼이펙트.

시험기간이라 다 읽지 못하고 두었다가 시험이 끝난 주 주말에 읽어내려간 책입니다.
두께는 상당했으나 그럼에도 상당히 흥미로웠고. 소설과 같았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주제는 무겁지만 그래도 읽을 만한 책입니다.


2. 나는 고발한다.
좋아해서. 자주 읽는 책입니다.
요즘의 사태를 보면서. 그리고 사람들의 서로 다른 대처를 보면서.
또 생각이 났습니다.
이럴때마다 항상 보고 싶어지는 책인 것 같습니다.


3. 애덤 스미스 구하기.
이건. 동생의 독후감을 위해 읽은 책이니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습니다만.
소설의 틀에 경제학이 담겨있어 이해는 쉬운 편입니다.
또한 경제학적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소설로 풀어쓴 형식의 한계라 할 수 도 있겠지만

단순한 소설로 평가하자면 개연성도 부족하고.

전체적 구성 자체에도 비약도 있으며 좀 전형적입니다.


결국 소설이라 좋지만 너무 소설이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신이 분노하여 야심을 불어넣은 한 빈자의 아들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고는 곧 부자들의 생활을 동경하게 된다. 아버지의 오두막이 자신의 거처로는 너무 비좁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그는 호화로운 저택에서 좀더 편안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발로 걸어 다녀야 하는 사실에 불만을 느끼며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그런 마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면 좀더 편안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하인들로 이루어진 많은 종자들이 자신을 많은 수고로움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이 모든 것들을 얻게 되면 행복감을 느끼면서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러한 행복에 관한 어렴풋한 공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한 삶의 편리함을 얻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첫 해에, 아니 첫 달에, 그는 그러한 편리함의 결여로 인해 겪었을지도 모를 것보다 훨씬 더 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불안, 걱정들을 감수한다. 그는 인내를 요하는 어떤 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며 자신이 경멸하는 이들에게조차 알랑거리고 비위를 맞춘다. 그래서 마침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물질적인 부를 획득한다. 하지만 아주 늙어서 삶을 마감할 때쯤이 되어 육체는 고통과 질병으로 쇠약해지고 그간 겪은 수많은 마음의 상처와 실망의 기억으로 마음이 쓰리고 괴로워지면, 그제야 부와 권세는 하찮은 효용만을 지닌 자질구레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족집게 상자와 마찬가지로 번거롭기만 할 뿐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 빈자의 아들 / 애덤 스미스 (도덕 감정론 中)




4.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의 책 중 가장 먼저 읽은 책이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아니, 이 정도로는 모자랍니다.
포르투갈 작가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말 정도는 해 줘야 하겠습니다.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본성이 여과없이 표출되는 차가운 소설이지만
부정할 수는 없기에 더욱 슬픕니다.

이거 원, 실명은 원래 옮는 것이 아닌데. 죽음도 옮지 않죠, 하지만 우리 모두 죽지 않습니까

 

어제는 우리도 볼 수 있었으나, 오늘은 볼 수 없다, 내일은 다시 볼 수 있겠지. 마지막 말은 약간 물어보는듯한 느낌으로 해야 한다. 막 말을 뱉으려는 순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신중한 태도 때문에, 희망 섞인 결론에 약간의 의심을 덧붙이는 것처럼.

 

아가씨가 부모님을 만났을 때는 둘 다 눈도 멀고 감정도 멀었을 거야, 우리가 전에 지니고 살았던 감정, 과거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정하던 감정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눈이 없으면 감정도 다른 것이 되어버려, 어떻게 그렇게 될지는 모르고, 다른 무엇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가씨는 우리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바로 그게 그 얘기야. 선생님을 사랑하시나요. 응,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하지만 만에 하나 내가 눈이 먼다면, 내가 눈이 먼 다음에 다른 사람이 된다면, 무슨 감정으로 사랑을 할까. 전에 우리가 볼 수 있었을 때도 눈이 먼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지금과 비교하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지, 일반적인 감정은 볼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었고, 따라서 눈먼 사람들도 눈먼 사람들의 감정이 아니라 성한 사람들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 눈먼 사람들의 진짜 감정들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아직도 시작일 뿐이야, 지금은 그래도 우리가 가졌던 감정에 대한 기억에 의존해 살고 있잖아, 지금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는 데는 눈이 필요 없어, 과거에 누가 나더러 언젠가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였을 거야, 하지만 나는 이미 사람을 죽였어.



5.그라운드 제로.
레제 드라마- 라는 특이한 형식입니다.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지만 최근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는 복거일 작품이라서 읽었습니다.

작가 후기의 설명에 의하면.

정치적 현실이 정통적 사실주의로 다루기엔 너무 사악하거나 위협적일 때, 현실을 총체적으로 그리기를 열망하는 작가는 비정통적 방식을 고르도록 몰린다.  

라고 하니.

 

결국. 이 작품은

"현실이 예술가의 상상력을 압도할 때, 예술은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작가의 훌륭한 답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보기에도 이건 소설이라기보다.

반정부적 입장에서 서술한 역사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니.

모두 독재를 비난한다. 독재자들까지. 자신을 독재자라 일컬은 독재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독재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 특질이다. 작은 기업에서 거대한 정부에 이르기까지, 위계 조직(hierarchy)을 지닌 집단들은 모두 독재자가 지배한다.
기업의 대표이사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무슨 이름을 지녔든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어찌 되었든, 조직을 실제로 이끄는 것은 늘 하나의 독재자다. 독재자와 위계 조직은 사회적 정보 처리의 진화가 마지막에 갖춘 모습들이다. 그 모습들은 이념과 역사적 상황을 넘어서는 보편적 현상이다.
이처럼 독재는 이제는 잊혀진 선조들로부터 인간이 물려받은 특질이다. 집단을 이루어서 사는 모든 고등 동물들은 우두머리 수컷의 독재적 지배를 통해 질서를 유지한다. 인간의 선조들도 물론 그러했다. 독재가 인간에게 그리도 자연스러운 까닭이 바로 거기 있다.
 
사람에게 '우아한 아부'보다 더 중요한 기술은 없다. 절대적 독재자의 궁정에선 특히.
 
독재가 그리도 자연스러우므로, 절대적 독재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인간의 용감한 시도들은 자주 실패한다. 놀라운 것은 그런 시도들이 자주 실패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들이 자주 성공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리도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는 '기억의 비대칭성(asymmetry of memory)'이다. 도움을 준 사람과 도움을 받은 사람은 그 일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지닌다. 도움을 준 사람은 그것을 오래 기억하고 즐겁게 떠올리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은 그것을 이내 잊거나 깎아내리거나 속으로 불쾌하게 여긴다. 이 세상에서 큰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도 드물다,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유화정책은 보기보다 위험하다. 그것은 전쟁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리다. 자신의 공격적 자세가 상대방의 양보를 불러오면, 공격적 자세를 취한 쪽은 한 걸음 더 나아가도 상대방이 물러나리라고 여기게 된다. 그래서 마침내 더 물러날 수 없는 데로 상대방을 밀어붙이게 된다.
 
 
누구도 자족한 섬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대륙의 한 조각, 큰 덩치의 한 부분이다. 만일 흙덩이 하나가 바닷물에 씻겨나간다면, 유럽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마치 갑(岬)이 씻겨나간 것처럼, 마치 그대 친구의 또는 그대 자신의 집이 씻겨나간 것처럼: 내가 인류에 연관되었으므로,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를 작게 만드느니, 결코 사람을 보내지 말아라,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알아보라고; 그것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

 

 

삶의 상수는 자기이익이다. 자연히, 민족주의는 정치의 상수다. 민족주의는 큰 글씨로 쓴 자기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는 민족주의를 자신들의 이익에 맞도록 조작한 정치가들에 의해 다듬어졌다.


6.헌법에 비친 역사.

촛불 문화제 이후 시민 불복종과 여러가지 해서 법 분야에 관심이 생기기에 본 책입니다.
우리 나라 헌법의 불합리성을 생각하게 되어 좀 슬펐습니다.


7. 톰킨스, 물리열차를 타다
이제는 오히려 이과 책이 더 읽기 힘들어졌습니다.
조지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 의 개정판인데
읽으면서 이과 책을 안 읽게 된 자신을 좀 반성했습니다.


8.새빨간 미술의 고백
그림 그리는 것, 창작 활동을 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으나
이런 종류의 작품 감상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역시 책보다는 실제로 보고싶습니다.


9.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너에게 붙여진 이름은 알아도 네가 가진 이름은 알지 못한다..

 

눈먼자 들의 도시 이후에 읽은 모든 사라마구의 소설이 그랬듯이..

약하다- 는 생각에 책 자체의 수준과 상관없이 만족이 힘들었습니다.

문장에 흡입력도 있고, 늘어질 지도 모르는 내용이 잘 넘어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 정도는 떨어지는 듯- 합니다.

그러나. 매우 의미심장한 내용이기는 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무엇으로 남을까요. 나는 누구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요..
씁슬한 질문입니다.
 

10. 세계사 편력1

민족의 역사에는 세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성공하고, 그러면 곧 거드름을 피우고 다른 민족을 압제하게 되며, 그리고는 마침내 몰락한다. - 헤로도투스

 

역사 역시 오랜만이라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을 하나하나 편지로 받았다면 훨씬 흥미롭게 읽었겠지요.. 부러웠습니다.
여태 읽은 대부분의 세계사 책과 다르게
인도를 비롯하여 서아시아에 상당한 비중이 있어 생소하면서도 읽을만했습니다.
2,3 권도 읽을 예정입니다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by Lasse | 2008/07/03 14:50 | 읽어내리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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